어느새 7월의 마지막주입니다. 곧 8월이 와요. 하반기의 1/6이 지나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름의 허리에 도착했네요. 장마가 끝이 났다죠? 곧 태풍이 온다는 말이라고도 하지만, 비가 드디어 그쳤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번 장마에는 다친 사람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태풍은 조금 가볍게 지나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구독자님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너무 덥지는 않으시구요? 건강은 괜찮으세요? 저는 사실 요 며칠 감기를 지독하게 앓았어요. 여름감기에 걸리는 편이 아닌데, 올해는 벌써 두번째입니다. 올해 초에 홍콩에 놀러갔다가 여름감기를 대차게 앓았었거든요. 으으 다시는 안걸리고싶어요. 감기를 워낙 지독하게 앓은 탓에 여름의 음식으로는 뭘 할까 고민할 겨를도 사실은 조금 부족했어요. 뭘 먹고싶다는 생각 자체가 안들어서 한참 고민했는데, 역시 여름에는 잘 익은 토마토만한 것이 없잖아요! 는 무슨 사실 아프기 전에 사둔 토마토가 냉장고에서 저를 노려보고 있어서 옵션이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토마토라고 하면 방울토마토, 큰토마토 정도밖에 없었는데요. 최근에 에어룸 품종의 토마토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아지면서 온갖 모양의 토마토들을 조금은 쉽게 만날 수 있게 됐어요. 사진에 있는 토마토가 에어룸 토마토인데요, 저건 이탈리아에서 만났던 우락부락한 토마토에요.

에어룸(Heirloom) 품종의 채소는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한 순종 재래 작물을 말해요. 토착 식물, 토종 품종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인류 역사 초기에 일반적으로 재배되었지만 현대의 대규모 농업에는 사용되지 않는 품종들입니다. 지금 우리가 재배하는 작물들은 어떤 형태로든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개량한 품종이거든요. 토마토에만 한정되지 않고, 당근, 곡물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에어룸 품종이 존재해요. 

토마토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이냐! 당연히 설탕뿌려먹는거죠 이견은 받지 않습니다. 이것이 최고의 조리법이에요 ㅋㅋㅋ 저도 맨날 토마토에 설탕 뿌려 먹기 때문에! 설탕에 절여놓고 먹는 것도 좋고, 바로 뿌려서 조금 뒤적인다음에 먹는 것도 좋아요. 이번 여름에도 서너번은 해먹었구요. 늦은 밤에 약간 애매하게 출출하거나, 약간 헛헛할때 먹기 딱 좋더라고요.

신나게 토마토 설탕절임 이야기해놓고 갑자기 토마토달걀볶음이 주제였다고 말하는 저 조금 이상한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저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니까! 저도 저를 잘 몰라요 아직 😂 

토마토 달걀볶음은 사실 제가 요즘 가장 자주 해먹은 음식이에요. 정말 쉬워서요! 그간은 토마토 달걀볶음이 딱히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최근에 입맛이 좀 변했나 되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쉽게 질리지도 않구요. 그래서 식단하는 사람처럼 토마토 달걀볶음만 먹어댔었어요. 밥반찬으로도 좋고, 육수를 조금 넣고 끓여서 면을 넣은 토마토 달걀 국수를 만들기도 하고. 

 처음으로 재료컷이라는 것을 찍어본 저입니다. 아 처음은 아닌가? 여하튼 자주 있는 일은 아니죠! 왜냐면 저는 늘 까먹으니까~~~ 토마토 두개랑 생강 한 쪽, 그리고 달걀 3개인데요! 이때 알았어야 했어요. 너무 많은 양이었어.....혼자 사는 주제에 달걀 3개라니 왜 아무도 저를 말리지 않았을까! (당연하지 집에 저 혼자 사는데) 오늘도 양조절은 고이접어 나빌레라네요.

생강은 얇게 편으로 저며줍니다. 저는 사실 생강을 좋아해서 이후에 채썰어서 넣었어요. 한국에서는 생강을 갈아서 양념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중식과 일식에서는 생강을 향신채소로서 다양하게 활용하는 편입니다. 요리를 할 때 마다 많이 배워요.

문제의 달걀입니다. (어쩌자고 세개나 했지 😭) 중식의 포인트는 조미료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인 만큼, 달걀을 풀 때 아예 치킨스톡을 조금 넣어주었습니다. 소금과 치킨스톡을 넣어서 빠르게 풀어줬어요. 꼭 이 단계에서 넣어야 하는건 아니고, 토마토를 볶을 때 넣어도 되지만, 어쩐지 오늘은 계란에 넣어보고 싶었어요.

토마토는 껍질을 벗겨야 해요. 사실 제 입에 들어가는건데 껍질 굳이 안벗겨도 되지 않을까? 해서 집에서 대충 껍질 안벗긴채로 해봤는데 묘하게 질겅질겅해서 느낌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귀찮아도 벗기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칼집을 넣어서 뜨거운물에 데치는 것이 가장 정석의 방법이지만 귀찮음+더움 으로 그냥 전기포트로 끓인 뜨거운 물을 들이 부었습니다. 외국사람들이 이렇게 하더라고요?

뜨거운 물을 붓고, 한 30초 정도 둔 다음에 물을 따라내고 찬물을 다시 부어주면 됩니다. 생각보다 껍질이 잘 벗겨지더라고요. 과정도 훨씬 간단하구. 토마토 2~3개까지는 이렇게 해도 될 것 같아서 앞으로는 저도 굳이 물을 데우지 않을 것 같아요. 이렇게 껍질을 벗긴 토마토 친구들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준비해줍니다. 어차피 볶으면 형체는 다 사라질거니까 대충 잘라도 오케이입니다.

사실 토마토 달걀볶음을 요리하는 과정에 있어서 포인트는! 토마토가 아니라 달걀입니다. 의외로! 일단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둘러야 해요. 생각보다 많이! 그 다음에 센불로 뜨겁게 가열하구, 연기가 나기 직전 쯤에 달걀물을 부어요. 가장자리에 기포가 올라오는 정도가 맞습니다. 기름이 부족하거나 온도가 낮으면 그냥 지단처럼 익어버리는데, 튀김이다! 생각하고 기름을 좀 들이붓는게 포인트에요. 

그 다음에 스크램블처럼 달걀을 흐트러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보다는 젓가락으로 이렇게 훑어접는다-는 느낌으로 접어줍니다. 대충 크레페같은 느낌이랄까요? 가장자리에서 중간으로 젓가락을 끌어내리면서 커튼처럼 주름이 지게 해주세요. 그걸 한 3~4번 정도 반복하면 반쯤만 익은 달걀부침이 되는데, 그상태로 불에서 내리고 계란물이 담겨있던 그릇에 다시 부어주세요. 이분은 토마토가 준비될 때 까지 여기서 대기하실거에요.

다시 팬을 불에 올리고, 생강과 다진마늘, 토마토를 넣어 살짝 볶은 후에 케찹과 물을 넣고 끓여줍니다. 물은 자작하게요. 여기서 굴소스를 넣어주기도 하는데요! 굴소스를 다 써서 없더라고요 ㅋㅋㅋㅋ 며칠전에 장보러 가면서 사왔어야 하는데 까먹었지 뭐에요. 그래서 패스했습니다 앜핰핰 토마토가 약간 뭉그러지고, 물이 많이 날아갔다면!

대기실에서 기다리시던 달걀부침님이 들어가실 때에요. 약간 웨딩촬영때 들었던 멘트같네요. "신랑님 대기하실게요~" "신부님 준비되셨으니까 신랑님 나와서 신부님 옆에 서보실게요~" 😂 토마토 달걀볶음 하면서 진짜 별 생각을 다해요 그쵸. 애니웨이! 센불에서 토마토를 힘있게 흐트러뜨려주면! 완성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금이나 식초, 설탕을 넣어서 간을 조금 더 하는데, 저는 이정도가 좋아서 이대로 마무리했어요. 

요즘 저도 토마토달걀볶음처럼 심심하게 살고 있어요. 일을 줄이고 조금 쉬어가기로 했거든요. 저 그동안 생각보다 열심히 살았거든요. 진짜 열심히 살았어요. 매일매일 치열하다못해 불태우면서 살고 나니까 사방이 잿더미더라고요. 이 일을 정말로 좋아하지만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올해를 쉬면서 미래를 고민해보자! 했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운동을 갔다가, 돌아와서 자잘한 일처리를 하고요,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을 좀 읽다가 다시 잠에 들어요. 매일 그걸 반복하면서 심심하고 담백하게 살아요.

구독자님 근데요, 그게 너무너무 좋아요. 저는 제가 이런걸 좋아하는 사람인줄 몰랐어요. 스무살의 저는 30살을 그리면서 진짜 엄청나게 바쁘고 멋진 커리어우먼을 상상했거든요? 평생 바쁘게 인생을 불태우며 살 줄 알았거든요? 근데 30살의 저는 이렇게 심심하게 행복해요. 요즘의 저는 세상에 태어난지 서른 해 중에 가장 행복해요, 이렇게 몸과 마음이 건강해본 적도 없고요. 이 행복이 사라질까봐 조바심이 나지도 않고요, 잠깐 사라진다고 해도 분명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고현정씨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여자란 무엇이냐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대요. "속이 조용하고 생활적으로 약간의 심심함도 있고. 화장 안 하고 필요한 거 한두 개? 그리고 지갑에 후배나 선배한테 카스텔라나 커피 한 잔 정도 살 수 있는 여윳돈이 있는 여자?”  제게 필요했던게 바로 이 약간의 심심함이었던 것 같아요. 전쟁같은 20대와, 즐거운 일 보다 속상한 일이 많았던 지난 8년간의 프리랜서 생활 끝에 제가 찾아온 30대의 평화와 행복의 조건은 약간의 심심함이었구나.

그래서! 앞으로도 토마토 달걀볶음처럼 무난하고, 심심하고, 담백하게 살아보려고요.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걸 먹고, 재밌는걸 하고, 이따금 바다에 가고, 운동도 하고, 그리고 심심한 일상을 보낼거에요. 저도 이제 동생들에게 "30대는 20대보다 즐거울거야!"라고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00%의 진심을 담아서요. 

토마토 1개

달걀 2개

생강편 2개 (생략가능)

다진마늘 새끼손톱만큼

케찹 1t

굴소스 엄지손톱만큼

치킨스톡 TT

만들때는 2인분의 양을 만들었지만, 구독자을 위해 혼자서 먹기 좋은 양의 레시피로 변경했어요. 얘는 흰쌀밥에 곁들일 수도 있구요, 그냥 맥주안주로 먹는다면 마무리할 때 식초나 레몬즙을 조금 더 넣어주는 것을 추천해요. 여기에 치킨스톡을 푼 물을 500ml 정도 넣어서 끓이면 면을 넣어 먹기도 좋습니다. 

저는 드디어 올해의 복숭아를 주문했어요.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아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과일이니까요. 여름이 아직 많이 남았고, 해가 긴 시간도 아직 남았으니까, 다음엔 또 어떤 맛있는 것들을 만나게 될지 약간은 설레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그리고 담백한 매일매일을 보내다가, 8월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