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쩌다보니 이렇게 싱그러운, 여름 식재료들이 저희집에 다 모이게 됐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잘 없는데, 웬일이래 싶어서 예쁘게 모아서 사진을 찍어봤어요. 꽃꽃이 해놓은 잎도 끄집어내서 장식을 😉 스타일리스트 실장님들이라면 당연히 대바구니를 꺼내셨을텐데, 저는 예쁜 대바구니가 없어서 스타우브로 대신했습니다. 노란 초당옥수수, 향이 좋은 참외, 보드라운 솜털이 있는 살구, 그리고 통통한 감자. 

저한테는 시골 할머니가 없었어요. 친가와 외가 모두 서울에 살고, 저희가 오히려 지방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따금 드라마다 만화에 나오는 '여름을 맞아 시골 할머니네 가서 삶은 옥수수에 수박을 먹는' 장면은 제 기억에 없죠. 그냥 집에서 했을 뿐....😇 하지만 하도 많이 봐서 어쩐지 제 기억인 것만 같은 마음으로 그릇에 여러 과일과 채소를 모아서 담아보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사진을 계속 보고 있는데, 바다 사진만큼이나 싱그럽게 느껴지네요. 

한 25분 정도 쪘나? 감자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젓가락을 꽂았는데 푸욱 하고 망설임없이 꽂히더라고요. 좋았어. 잘 익었어. 껍질이 터질 때 까지 조금 더 찌고 불에서 내렸습니다. 

감자는 뜨거울 때 체에서 내려야 해요. 그래야 한대요. 학교 다닐때부터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래야 잘 내려진다구요. 특히 매시 포테이토를 만들 때는 뜨거운 것을 참고 내려야 부드럽고 맛있는 매시포테이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뇨끼를 만들 때도 그렇고요. 앗 뜨 앗 뜨 하면서 손을 미리 준비해둔 찬물에 담가가며 해야 하는 일입니다. 와 그런데 홍감자는 정말 엄청난 분질감자인가봐요. 보통은 체에 내리려고 힘을 꽤 써야 하는데, 감자를 살짝 힘주어 누르자마자 으깨졌습니다. 최곤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