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신선하고 좋은 머위도 많은데 ㅋㅋㅋ 하필이면 제가 찍은 사진의 머위가 너무 비리비리하죠. 머위는 잎도 먹지만, 저는 줄기로 만든 나물을 더 좋아해요. 고구마순 나물과 비슷한 느낌인데, 조금 더 통통하고 아삭하달까요? 루바브 줄기처럼 두꺼운 것들도 있는데, 주로 들깨를 넣은 나물로 많이 먹어요. 4~5월이 되면 반찬가게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어서 생각날 때마다 사먹어왔습니다. 

근데 이제 이 머위가....하나 단점이 있다면요....손질하기 진~~~짜 귀찮아요. 정말 고구마순의 좋은 친구죠. 심지어 그냥 먹으면 엄청 질기고 써요. 질긴 겉껍질을 스윽 벗겨낸 후에 소금물에 데치고 찬물에 담아 식혀야 하고...예,,,,솔직히 레터 쓸 목적으로 이참에 머윗대 손질 한 번 해볼까? 했는데 체력고갈로 포기하고

손질된 머윗대를 사왔습니다! 시장 최고! 깔끔하게 손질된 예쁜 머윗대 💝 2000원 주고 한봉지 사서 신나게 옆구리에 끼고 귀가했습니다. 머윗대를 멸치육수랑 들깨에 천천히 찌짐을 하듯 자박하게 익혀내면 진짜 맛있거든요. 제가 워낙 들깨를 편애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생각만 해도 머위들깨나물에는 시골의 여름 반찬의 느낌이 있습니다. 

만들어보는 것은 처음이라 레시피를 인터넷으로 이래저래 찾고 있었는데 아니 세상에. '머위탕'이라는게 있다는거에요. 전라북도의 향토음식이라는데요, 머위를 들깨육수에 푹 익혀내는 것은 나물 조리법과 비슷한데, 찹쌀가루를 넣어서 걸쭉하게 만들어서 뜨끈하게 먹는대요. 머위들깨나물은 사실 약간 차게 먹거든요. 하지만 뜨끈한 들깨국물에 살캉한 머윗대....뭐야....엄청 맛있을 것 같아.....그래서 만들어봤습니다! 머위탕!

이렇게 자주 요리를 하고, 많은 것을 먹어왔는데도 아직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정말 설레는 일입니다. 대충 무슨 맛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궁금하고. 저는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면 그 동네의 음식이 뭐가 있나부터 검색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인가 한국의 향토음식 중에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면 그렇게 신나요. 그거 하나 먹자고 차를 몰고 가기도 하고요. 새로운 요리라니, 

일단 손질된 머윗대를 꺼내서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줬습니다. 7cm 정도로 잘랐는데, 다음에 만들 땐 조금 더 짧게 썰 것 같아요. 한 입에 안들어가더라고요.

썰어준 머윗대는 들기름을 두른 냄비에서 슬슬 볶아줍니다. 중약불에서 천천히요. 저는 이런 순간마다 일본 드라마 오센이 요리를 할 때마다 나직이 읊는 '오이시쿠나레'가 떠올라요.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요리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맛있는 요리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됩니다. 

머윗대는 이미 한 번 데쳐져서 익은 상태라 어느정도 볶아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요. 더 색이 변한다거나, 볶을수록 식감이나 형태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서요. 그러니 적당히 볶아줍니다. 너무 오래 볶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만 기억해주세요. 채썬 파를 좀 넣고 파가 익어서 흐늘거리며 흩어질 때 까지만 볶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