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좋은 소식 앞에서 하지만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는 것은 왜인지. 가끔 그럴 때가 있잖아요. 분명 내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인데, 어떤 감정인지 말로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느낌. 늘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서 그저 '싱숭생숭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어요. 이 마음이 못난 생각으로 뻗어나가지 않게 얼른 친구들에게 보낼 선물을 골랐습니다. 가지고 싶었다는 화병, 아직 사지 못한 커피머신, 평소에 쓸 예쁜 유리잔 같은 것들을 사서 보내고 나니 지갑은 조금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편해졌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는 먹고싶었던 디저트를 부러 챙겨먹기도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차려서 먹으려고 해요. 찬찬히 요리를 하는 동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무엇이 좋을까...이번에는 게를 먹어볼까 합니다. 꽃게는 가을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는데, 5월 초 즈음 나오는 봄꽃게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습니다. 가을에는 수꽃게가 제철, 봄에는 암꽃게가 제철이래요. 그래서 이 계절에 간장게장을 담그는거라고.

튀김이 맛있기는 한데, 역시 집에서 튀김은 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기름을 처리하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그라탕으로 만드는 간단한 버전도 시도해보았습니다. 

사실 꽃게 그라탕은 제가 어릴 때 조여사가 어느 쿠킹클래스에서 배워와 두 번쯤 해준 적이 있는 요리에요. 어린 마음에 그게 참 맛있었나봐요. 아직까지도 제 어린시절의 가장 좋은 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정작 조여사는 특별히 기억하지 않지만요. 한 20여년 만에 저도 그라탕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부모가 만들어준 어린시절의 기억을 내가 재현하면서 온전히 나의 기억으로 남기는 일도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물론 집에서 먹기도 간편하구요.